겨울이 오고 있다



1. 소소한 즐거움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과일이라면 요즘은 단연 복숭아. 단단한 천도 복숭아도 맛있지만 역시 백도의 물컹한 식감을 상쇄하고도 남는 달콤함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봄에 복숭아가 땡겨서 통조림을 먹어봤지만 역시 그 맛이 아니었다. 과일은 역시 제철이 제맛. 다른 계절엔 생각도 안나는 수박을 여름엔 떨어지지 않게 쟁여놓는다던지. 올여름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잘라 파는 걸 보고 이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2. 얼음과불의노래, HBO에서 드라마로 만든대서 호기심에 시작해 현재 2부 3권을 읽고 있다. 판타지 특유의 문체(소설과 비소설 중간 쯤인 듯한 건조한 문체?)가 조금 거슬리고 왕과 기사가 등장하는 중세의 여성관이 매우 거슬렸는데 전자는 읽다보니 익숙해졌고 후자는 너무 예민하게 생각했던 듯. 이 소설의 매력 90%이상은 인물 설정과 그들간의 관계에서 나오는데 그렇게 공들여 만든 캐릭터들을 이토록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니. 모든 등장인물이 괴로워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일 지경이다. 정작 블로그에는 사람좋아보이는 사진을 올려놓고 캐스팅된 인물들을 올려놓으며 즐거워하고 있던데.

3. 판타지 소설들은 한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인지라 한두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왕이면 다양한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 한달이 넘어가면 레드썬 상태에 들어간다는 곤란함 때문에 판타지는 잘 읽지 않는다. 그나마 본 건, 남는 게 시간뿐이던 중학 시절의 퇴마록과 룸메이트가 소장하고 있던 이영도의 드래곤라자&눈마새 정도일까.

4. 유앤미 콘서트에서 키보드 세션을 맡은 분이 어쩐지 인기가 있어 보이고 아티스트라고 소개하길래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긱스 멤버였고 솔로 앨범도 있고 각종 악기에 능통해 천재소년이라는 별명도 있었다는 정재일이었다. 찰랑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건반 두들기는 모습도 매력적이었고 렛잇비때 잠깐이었지만 목소리도 멋지던데. 흠. 뮤비를 몇 개 봤는데 솔로 앨범은 썩 땡기지 않아서 아직 보류중이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됨.

5. 신종머시기가 아니라도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반팔은 덥고 긴팔은 춥고. 이런 식으로 가을 없이 바로 겨울로 넘어가겠지. 얼불노에서 7년만에 찾아오는 겨울이 몇년이나 지속될지 모른다느니 하던데 그걸 보고 나니 그나마 이정도 예측가능한 현실은 좀 나은가 싶지만, 그래도 이맘때의 저녁 날씨가 지속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


by 섬이 | 2009/09/17 21:20 | 궁시렁 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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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시다 at 2009/09/17 23:37
가을이에요. 하늘이 파아랗던데
Commented by 섬이 at 2009/09/18 01:19
아직도 한낮에는 기온이 여름과 다를 바 없던걸요.
며칠간 하늘을 올려다 본 기억이 없군요.
내일은 정말 파아란지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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