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실패한 히어로워너비 [노잉]


노잉
니콜라스 케이지,로즈 번 / 알렉스 프로야스

※ 스포일러 있습니다.


데미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로즈 번이 나온다기에 허무엔딩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봤다. 엔딩은 예상대로 허무했지만 케서방이나 로즈 번 캐릭터의 허무함에는 못미쳤다.


재난 영화 주인공 답게 존은 영화 내내 종잡을 수 없게 행동하는데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장면은 별로 없다. 아들은 아빠보다 더 늙은이 같고, 술먹고 자빠져있다가 발견한 예언으로 동료 교수를 설득하는 데에도 실패하고, 어설픈 탐정 노릇을 하다가 여주인공(이라고 쓰고 소모품이라고 읽는다)에게 반감을 사기도 하고, 어둠의 그림자들과도 아들을 매개로 하지 않고서는 대화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아버지와도 몇년간 대화가 없었다고 나오는데, 영화 말미에 세상의 종말을 맞아 절규하는 사람들의 (사운드는 한껏 줄인) 모습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와 화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 죽어가면서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람.


모군과의 전쟁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지만 가족 외의 사람과 싸웠던 경험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없다. 그 중 하나는 중1때 함께 아래층에 내려가던 친구가 '아!' 하더니 아무 설명없이 혼자 교실로 뛰어올라갔다는 사소한 일이 원인이었다. 주인공이 도망가다 말고 최후의 숫자를 알아내야겠다면서 (발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차에 내버려두고) 혼자 페인트를 긁어내고 있는 걸 보자니 그때 생각이 났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친구와는 절교하고 다시는 같이 다니지 않았던 것 같다. 로즈가 애들을 데리고 떠나버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가 없다. 이미 다음 행동에 대한 의논은 끝나 있었고, 상황은 급박하고, 행동의 변화를 무조건 믿기엔 너무나도 낯선 사람이다. 그렇다면 케서방은 왜 소통을 할 수 없었을까? 애초에 머리 속에 떠오른 걸 행동에 옮기는 게 최우선이지, 그로 인한 옆사람의 상태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행동의 이유를, 의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믿고, 변하는 상황에 맞춰 따라가기에도 벅차서. 결과적으로 봤을 땐 무슨 행동을 하건 말건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건 말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서도.


종교 영화다 반종교 영화다 말이 많던데, 솔직히 간택받고 살아남은 아이들이 부럽지 않다. 부모가 죽는 것에도 눈깜짝 하지 않았지. 양성 생식을 위해 한쌍으로 선택했겠지. 그러고 새로운 세상 만들면 좋기도 하겠다.




... 라고 간만에 옛생각+현재 상황 생각이 나서 횡설수설.
트랜스포머2나 생각없이 보고퐈 ㅠㅠ 첫날 아이맥스로 예매했다 취소했는데 괜히 그랬나봐.

by 섬이 | 2009/06/22 21:56 | 창밖의 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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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시다 at 2009/06/25 00:35
영 재미 없더라구요.
재난 영화는 재난을 사람이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를 보고 싶은 건데.
애랑 얘기 안 통하는 편부 얘기도 싫고요.

Commented by 섬이 at 2009/06/25 01:16
제가 영화를 보는 목적은 리뷰를 읽기 위해서도 큰데, 이 영화는 리뷰마저 재미없었어요. 반기독교 영화라는 둥 사이언톨로지 전파용 영화라는 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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