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ine without you


낯익은 번호와 낯익은 목소리. 변하지 않는 것도 있구나. 기억 속에서 너를 소환하기 위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 언젠가 술취한 네가 내게 했던 말. 시간이 이만큼 흐르고 이미 넌 잊었겠지만 가끔 난 생각해. 무슨 의미였을까. 그때 넌 어떤 기분이었을까.

문장 하나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뒤끝있는 여자, 둔해서 뒤늦게 상처받지만 죽을 때까지 되새겨볼 말들, 언어들. 물론 긍정적인 문장도 없진 않다. '지금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래'같은 거. 당시엔 왕년에 시 좀 쓰셨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 내 생애 낭만적인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야. 그때도 믿음이 부족해서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얼굴, 표정, 이름은 가물가물해져도 그런 건 남아.



그런데


말했잖아, 난 그저, 즐겁게 살고 싶은 것 뿐이야. 어떡하면 즐거울지, 그런 건 몰라. 하지만 이건 알지. 지금은 즐겁지 않다는 거. 함께면 더 즐거울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너는 내게 귀 기울이기엔 너무 바쁘고 피곤하지. 그래서 나도 널 만나는 시간이 아깝다고. i'm fine, even better without you. 그것 뿐이야. 이 말을 다시 꺼내보게 되어서 정말 슬퍼. 나없이도 살 수 있다던 그때 그 사람은 정말로 어떤 기분이었을까.






by 섬이 | 2009/06/19 01:18 | 궁시렁 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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